기억이란 우리가 일생에 남기는 지문과도 같은겁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기억일 잃는다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대충 짐작이갑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기억, 우리의 모든 과거가 완벽한 형태로 보존되는 도달 가능한 영역이 있다고 믿었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기억이란 꿈과 현실이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마치 영화필름이 돌아가듯이 자유 연상을 통해 두뇌의 일부분이 재생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한 상식이나 이미지는 바로 이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기억이란 것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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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실험
이 여성 심리학자는 이렇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에 의문을 품었어. 그래서 실험을 했는데, 그 실험 결과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어서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녀는 먼저 교통 신호등과 수염, 헛간, 칼을 가지고 실험을 하게되는데...
피실험자들에게 아까 교통 신호등이 노란불이 아니었나요? 라고 물었을때 실제로는 빨간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노란 불이었다고 기억해냅니다.
또한 텅빈 거리에서 복면을 쓴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여주고서는 "그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는 대부분의 실험자들은 그 남자가 복면을 썻음에도 불구하고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하면서, 포착하기 쉬운 미묘한 힌트나 분위기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 되는가를 증명해냅니다.
## 거짓 기억 증후군 (false memory syndrome)
미국드라마인 로앤 오더 svu 에서 거짓기억 증후군을 그리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내용은 큰딸이 심리 치료사에 의해 유발된 거짓 기억으로 인해, 아버지에게 추행당해왔다고 기소를 했고 결국 그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잃고, 딸에게 살해당하고 마는 스토리인데요.
이것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1990년 더그 혼그래드라는 변호사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박사에게 한 재판에서 증언을 해달라고 의뢰하게 됩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64세의 노인인 조지 프랭클린으로써, 그의 딸인 에일린이 20여년전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강간 살해한 기억이 떠올랐다고 주장한 사건인데요.
로프터스 교수는 당장 사건에 참여하게됩니다.
"정신적 충격이 되는 사건을 목격했다가 그것을 완전히 망각한채로 수십년을 지나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섬광처럼 기억이 되살아 난다고요? 저는 그렇게 살아난 기억이 결코 온전한 기억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그녀가 트라우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실험 결과가 말해주듯이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변질되기 쉽고 온갖 암시에 의해 유도되거나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조지 프랭클린의 딸은 당시 막 심리치료사가 된 신참 심리치료사의 의욕적인(?) 작업에 의해, 온갖 암시를 받아 그 '기억'들을 떠올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로프터스 교수는는 재판에서 증언합니다. 기억이 얼마나 변질되기 쉬운가, 암시에 의해 얼마나 유도되기 쉬운지를...
하지만 배심원은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지 프랭클린에게 유죄를 판결하는데요.
거기서부터 그녀의 싸움은 시작됩니다.
마침 그즈음해서 법정에서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제한 규정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시효를 사건 발발 5년에서 기억회복 후 5년으로 늘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온갖 극악무도한 사건기소가 줄을 이었는데, 문제는 FBI가 그러한 사건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확실히 주장하여 인정받고 싶었지만, 인원윤리위원회에 의한 인권 문제와 윤리 문제 등으로 인해 실험은 난항을 겪게됩니다.
하지만 결국 온갖 시나리오와 노고 끝에 새로운 실험이 입안되게됩니다..
##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 실험
예비 실험에서 로프터스 교수는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 동안, 대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형제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주고는 그 상황을 녹화한 후에, 휴가가 끝나고 난 뒤 자신에게 제출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출된 자료들은 정말로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그 결과에 고무된 교수는 정식 실험을 서둘르게 되고 그녀는 조수인 재클린 픽렐과 함께 피실험자 24명을 모집하게 됩니다.
그후에 피실험자의 가족에게서 들은 실제 있었던 그들의 어린 시절의 추억담 3가지와 그들이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거짓된 기억을 적은 소책자를 준비합니다.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동의한 피실험자 가족구성원들이 만들어낸 그 가짜 기억은 단 한문단에 불과했고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실험실에 온 피실험자들은 소책자를 읽은 후에 자신이 기억하는 내용을 상세히 적어보라고 주문 받습니다.
만약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적으면 되었습니다.
실험 결과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그들이 가짜 기억과 관련되어서 행한 상세한 묘사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이 다섯살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형 짐의 말을 들은 피실험자 청년 크리스는 온갖 형용사와 감정을 동원해가면서 그날의 기억을 말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가짜 기억이 심어진 뒤 이틀후, 그는 이렇게 보고 합니다.
"그날 저는 너무나 놀라서 가족을 두번 다시 못보는 줄 알았어요.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죠." 세번째날에는 이렇게 보고 합니다.
"어머니가 다시는 그런짓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주일 후에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잠시 형제들과 함께 있다가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요. 음... 그리고 길을 잃었어요. 전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큰일났다고 생각했죠. 다시는 가족을 보지 못할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죠. 그때 파란 옷을 입은 할아버지 한분이 저에게
다가왔어요. 꽤 나이드신 분이었죠. 머리는 볏겨지셨고요. 할아버지의 주변 머리는 희긋희긋했어요. 안경을 쓰고 계셨고요."
다른 실험에서는 한 동양인 소녀가 대형 할인마트에서 길을 잃은 가짜 기억을 완벽하게 만들어냅니다.
테리 천으로 만든 타월의 느낌, 하얗게 이어지던 긴 불빛들, 할머니를 찾아 달라갈때 미끄럽던 바닥의 흔들림 등등.
이 정식 실험에서는 25%에 달하는 사람이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기억을 떠올렸으며, 그것이 거짓 기억임을 알려주자 매우 극심한 충격을 받게되는데요.
이 실험은 다른 기억 조작 연구에 모태가 되어서 여러 실험이 일어나게 했는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스티브 포터 전 교수는 약 50%의 실험자들이 어린 시절 포악한 동물로부터 공격 받아 겨우 살아났다는 기억을 말하게 만들어냅니다.
## 그렇다면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억도 심을수 있는 것일까?
로프터스 교수가 이러한 의문을 떠올릴 시기에,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게됩니다.
워싱턴 주의 올림피아에 폴이라는 한 기독교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폴 잉그램이었던 그 사나이는 나이가 마흔 한살이었고, 두 딸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어느날 그 두 딸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모두 털어놓고 어둠에 갇혀 있다 어둠이 걷히는 종교적 체험을 할때 일어나게됩니다.
그녀들은 돌연 아버지에게서 심한 학대를 받았다는 기억이 떠올랐던 것.
결국 아버지 폴은 경찰에 연행되어서 비좁은 취조실에 갇혀 취조를 받게됩니다.
그는 몇 시간이고 형사의 심문을 받으며, 마치 녹음기 돌아가는 소리처럼 반복되는 "당신이 그랬죠?" 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형사들은 이렇게 말했지.
"당신이 한게 맞아요. 딸들이 거짓말 할리가 없잖아요."
낮이 지나 밤이 오고, 밤이 다시 낮이 되었어. 불면증과 커피와 심문의 시간은 계속 되었지. 기억해보시오, 떠올려 보라니까.
폴은 필사적으로 뭔가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자비로운 신이시여. 제발 저좀 도와주세요."
폴은 탁자를 부여잡고 흐느껴 울었고 그렇게 며칠 동안 심문을 당한 폴은 마침내 '뭔가'를 기억해 내기 시작해냅니다.
그는 형사들에게 자신이 딸의 가슴을 어떻게 만졌는가에 관해 생생하게 그려준 장면을 기억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말을 더듬었지만, 자비로우신 예수님을 계속외치면서 점차 기억이 뚜렷해져 간다고 대답합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두 딸을 강간했다고 털어놓았으며, 계속 자백을 했지. 그는 강간과 윤간을 햇으며, 심지어 10년 동안 사탄을 믿는 광신도 집단에 몸담았던 기억을 떠올렸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감옥에 가게됩니다.
로프터스 교수는 이 사건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자신의 친구이자 광신도 집단 전문가인 리처드 오프시에게 연락하여 그를 만나보라고 하게됩니다.
폴 잉그램을 만나러간 오프시는 그에게 그의 아들들 중 한명과 딸들 중 한명이 그를 고소햇다는 이야기를 하게됩니다. 그가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시켰다는 것. 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그 장면을 상상해보시라고요." 라고 오프시는 말했고.
잉그램더러 감방에 돌아가 그 장면을 떠올려 보라고 한 후에, 사라졌지.
다음날, 그를 다시 만나러 가자, 잉그램은 오프시가 꾸며낸 이 사실에 대한 모든 사실을 자백합니다.
그는 자식들에게 자신이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하라고 시켰다는 내용의 자백서를 적어왔는데, 그때의 흥분감과 만족감, 공포감을 생생한 필치로 적어놓았습니다.
실제로 그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잉그램에게 털어놓았을때... 그는 다른 모든 거짓된 기억도 다 철회를 했지만... 이미 시간은 너무도 많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는 상상력이 뒤어나고 피암시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옥에 가야 했던 것입니다.
## 지울수 없는 각인
어떠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그것을 목격해거나, 그 현장에 있거나 했을때 그 강렬한 충격은 기억에 지울수 없는 낙인같은 기억을 새기게됩니다.
이것은 외상성 기억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믿음인데요.
로프터스 교수의 동료인 에모리 대학의 울리히 나이저 교수는 챌린저 호 실험을 하게되고
그것은 챌린저 호가 폭발하던 날에 관한 기억 연구였습니다.
챌린저 호가 폭발하던 날, 당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란 물음을 피실험자들에게 던지게됩니다.
그리고는 '전화박스 앞에 서 있었다' 혹은 '계란 프라이를 하고 있었다' 혹은 라디오는 우리 집의 창턱에 놓여 있었어요' 라는 식의 대답들을 모조리 기록하게됩니다.
나중에 교수는 피실험자들을 불러서 다시 똑같은 물음을 던졌는데, 모든 응답자가 처음에 했던 답변과는 전혀 다른 답변을 하게 됩니다
댤걀은 고기로 변해 있었고, 고기 덩어리는 해변으로 변해 있었고, 창턱의 라디오는 박물관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피실험자들에게 전에 그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여주자, 그들은 아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거짓 기억이 주관적 기억에 스며들어 진실이 사라지는 현상인겁니다.